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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는 벚꽃

_e 2014. 4. 4. 15:49

이곳의 벚꽃들은 벌써 잎을 내고, 꽃들을 떨구고 있다. 목련도 옆에서 뚝뚝. 목련은 꽃잎 한장 한장 떨구고 있지만 몸뚱이 채로 떨어지는 듯 보이는데, 벚꽃은 눈처럼 우수수 내린다. 어제는 오랜만에 밖에서 밥을 먹고 둘이 손잡고 들어가는 길에 이미 꽃이 거의 다 떨어진 나무를 가리키며 벌써 많이 졌다며 토요일에 출근하지 않는다면 꼭 산책하러 가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아침 출근길에 아직 불광천 벚꽃들은 반 이상 풍성히 남아있는 것을 확인하고 내일은 꼭! 이라는 메시지를 한 번 더 보냈다.

'뭐 먹고 싶으냐'는 물음에 '아무거나요'라고 답했더니 '난 그런 대답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라고 하길래 '난 그런 물음 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고 답하려다 말았다. 내가 지금 먹고 싶은 건 털이 복숭복숭하고 과즙이 흘러내리는 다디단 복숭아, 미디엄 레어로 구워진 두툼하고 빨간 스테이크인데 여긴 없는거잖아, 흥.

폴리머클레이 단추의 판매 가격을 보고 깜짝 놀라 얼른 단추를 팔라며 소정에 바로 카톡을 날렸다. 선물 받았을 때는 희귀 단추라며 예쁘다고만 했는데 그 가격이 그 가격일 줄이야. 얘기를 나누다가 전부터 생각했던 제품 스티커도 만들어주기로 하고 주문을 넣었는데, 서프라이즈 선물인데도 자꾸만 자랑하고 싶어 근질근질해서 결국 스티커 주문을 넣었다며, 자랑하고 싶다며 반만 서프라이즈 성공이 되었다. 하여간 이 놈의 근질거림이 항상 문제이긴 한데, 소정과는 단추 샘플들과 제품에 부착할 6월의 신부 스티커를 맞교환하기로 했다는 해피엔딩 이야기.

외로움에 지쳐 결국 사랑을 찾아 나설 것만 같은데 두려움이 앞서 '건강한 연애'를 알고 싶다는 물음에 사랑으로 외로움을 채우려 하지 말라고 답했다. 외롭고 우울한 마음은 스스로 치유해야지 남이 주는 애정으로 치유될 부분이 아니라고. 일방적인 감정의 착취는 결코 사랑이 아니라고. 그래서 사랑이 참 어렵다.

머리를 기르려고 산발을 유지하는 중인데 끝이 상했는지 엉키기 시작한다. 지금 미용실에 가면 내 머리는 또 짧아질 텐데 어쩌면 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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