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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었다

_e 2014. 3. 25. 19:01

줄 하나를 긋기 위해 서너 시간을 날리고, 수십 번의 업로드를 하고 확인하는 중에 부장님이 옆에서 묻는다. "지치지?" 지친 것은 사실이지만 나 혼자만 지칠 것도 아니고, 티를 낼 것도 아닌데 표정 관리가 안 되는 것인지 멀었다 멀었어. 남이 작업한 것들에 덧대고 수정하는 건 언제나 쉽지 않다. 끙끙. "이제 곧 끝나는데요. 뭐, 다음 주면 끝이잖아요." 하고 넘기려는 목소리도 지쳐있다고 광고하는 것 같아 덧붙이려던 말을 줄인다. 이틀이면 끝낼 수 있는 양의 일감을 일주일이 넘게 들고 있다. 아무리 우선순위 순이라지만,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닌데 당장 오픈이 내일모레인데 나는, 나는. 뾰루지인 줄 알았던 입술 옆의 돌기는 익어가는 모양새와 통증이 영락없이 구순포진이다. 어젯밤에 입술 주위가 시뻘겋게 된 것이 불안해 아시클로버를 듬뿍 바르고 잤건만 처치가 이미 늦었던 모양이다. 그 와중에 메시지나 그런 게 오면, 신경 안 쓰고 핸드폰을 덮어두면 되는 걸 확인도 안 하면서 깜빡거리면서 알림을 보이는 게 꼴보기 싫어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이 미워지기까지. 야근이나 주말 출근이 싫은 건 아니고, 몰아치는 일들이 감당이 안 되는 때가 잠깐잠깐 있는 거고, 여유가 없으면 사람이 바싹 마르는데 지금이 바로 그 순간. 멀었다 멀었어. 좀 더 발전하라 송쏠랭이여.

그 와중에 책은 열심히 읽고 있다. 버스에서는 멀미 때문에 잠자는 것 말고는 할 게 없고, 야근 후 셔틀버스가 내려주는 곳에선 집까지 지하철 타고 한 시간이니 그 사이에 읽는다. 한동안(이라고 하기엔 꽤 오래) 책을 실컷 읽지 않았는데 야근 덕분에 실컷 읽는 중. 그럼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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