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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_e 2014. 2. 3. 15:10

화장을 할 때 혹은 전반적으로 살면서 핑크보다는 코랄을 더 좋아한다. 어릴 적 외꺼풀 혹은 속 쌍꺼풀에는 천연색의 섀도우가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던 때에도 핑크보다는 코랄을 집어들었고, 볼터치를 하지 않은 얼굴이 얼마나 허여멀건 한지를 깨달은 순간에 화장품 가게에서 집어 든 것 역시 코랄. 립 제품 역시 내가 사는 건 오렌지. 십여 년을 그렇게 살아오다 어느 날에 깨달은 거다. 아, 나에게는 핑크가 더 어울리는구나 라고. 좋아하던 것과 내게 더 좋은 것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그것이 매우 사소한 것일지라도 충격이 된다. 내가 핑크라니, 내가, 내가 핑크라니! 라고 소리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연휴가 끝나는 마지막 날의 밤에는 잠이 쉽게 들지 못한다. 설치는 잠에 뒤척이다 보니 얕은 잠이 들었고, 이내 깨야 할 시간이고, 출근을 해 앉아있자니 엉치뼈가 뻐근하다. 나이를 먹고 난 후의 명절은 '당연한 것'들이 이상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남들 다 그렇게 하니 우리도 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꽤 이상하다는 걸 애써 들여다보지 않고 고개를 돌려 피하는 거북한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해야만 하니까 다시 한번 더 외면하게 되는 상황. 거의 한달여만에 커피를 한모금 마실 수 있었다. 커피메이커에서 내려져 온 듯한 커피는 에스프레서 머신에서 내린 것보다 진하지 않았지만 맛있다며 감격하기에 충분했다. 당연하지만 이상한 것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면 될 일이다. 원하는 100%는 아니지만, 뜸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라 이정도면 괜찮다 싶다고.

사실, 매번 당위성을 찾고, 합리화를 시키고,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남들조차도 납득시킬 수 있으니 그럴싸하다며 넘어가지만 그게 행복하고 즐겁고 신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반발하고 아파하고 슬퍼하며 분노하기엔 기운이 없다 기운이.    

문학동네에서 이번에 새로 나온 한국문학전집이 갖고 싶다. (이상은 물론 좋지만 ★x5) 이상이 들어있는 한국문학전집이 아닌 천명관과 김연수가 들어있는 전집이라니 얼마나 탐나는 아이템인가. 그 와중에 집에 있는 몇 권을 다시 사는건 이상하지만(분명 J씨는 무슨 짓이냐고 하겠지), 그래도 세트라면 한권도 빠지지 않고 갖는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끄응. 역시 책은 표지가 어여쁘고 볼 일이다 - 라고 쓰면 결론이 이상하긴 한데 표지 때문에 탐나는 것이기도 하며, 내가 세트 덕후인 것도 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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