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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_e 2013. 10. 31. 13:16

평소에도 쉽게 시린 눈은 감기에 걸린 기간에는 제대로 띄이지를 못한다. 반쯤 감긴 시큰한 왼눈에 몇번이고 기침과 재채기를 섞어하며 아침을 보냈다. 병원은 걸어서 왕복 이십분은 넘는 거리. 조금 괜찮아지고 나서야 가기 귀찮지만, 이러다 약 떨어지면 분명 후회한다 싶어 급한 업무 마치고 병원으로 향했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 바로 진료실에 들어가니 귀를 들여다보고 콧 속을 들여다보고 아 - 하고 소리를 내는 목 속을 들여다 보더니 외출 없이 푹 쉬라는 말을 해준다. 그러고보니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의사는 오랜만에 보는 기분이다. 월요일 조퇴 때 신세 진것도 있어 박카스를 두 박스 낑낑대며 들고 들어와 한병씩 돌렸다. 목요일이니 조금만 더 힘내시라며. 목요일이 모두에게 항상 고비다, 금요일은 일찍 들어갈 수 있는 날이니까 네다섯시쯤 되면 풀어지는 분위기인데 목요일만큼은 가끔씩 해피한 금요일을 위해 야근도 해야하는 그런 날이라서. 

시월이 끝나간다. 서른의 시월. 스물 셋, 다섯, 여섯들의 시월들이 지나고 드디어 서른의 시월. 몇번이고 울며 잠이 들면서 셀수 없이 바랬던 서른의 나이에서 보내는 시월은 사실 별 것이 없다. 나한테 있는거라고는 고양이 두 마리랑 남편 하나, 은행이랑 같이 산 집 정도. 그런데 이 별 것 없는게 참 좋은거라. 누군가 남편이 잘해주는 부분을 자랑 좀 해보라길래 '연애 할 때보다 지금이 더 잘해요'라니까 완전 이상적이라며 감탄을 했다. 연애할 때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해봤단 말인가. 으하하. 근데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반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하고서 더 잘해주는 j씨의 몫이 반, 결혼하고 나니 연애때보다 바라는게 적어진 내 몫이 반. 그렇게 맞춰서 사는게 사람 사는 낙. 이 낙을 가끔 잊는다. 

코가 막히면 숨이 가빠서 학학. 물을 많이 마시라는데 그게 쉽나. 어지러운게 안가시는 건 딱히 감기 때문은 아닌 것 같으니 이비인후과를 따로 가볼 것 - 요건 오늘의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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