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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를 들이면 베이글이라고 이름을 짓는게 어떻냐는 제안을 받았다. 그럼 넷째는 블루베리라던가 플레인이라던가도 괜찮겠다고 앞의 문장을 쓰면서 생각했다. 고양이는 나른하다. 구르고 펄쩍펄쩍 뛰어댄 카펫을 빨고 나니 보송보송 냄새가 좋았다. 둘다 겨울이라 그런지 겨울잠도 안자면서 투실투실해졌다.
그러나 간혹 잠이 들면 이런 모양새다. 크림의 사람 행세라니.
쓰레기를 내어놓으러 잠시 열어둔 문으로 크림은 또 가출을 시도했다.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 우리는 문을 닫아버렸다. 돌리던 청소기를 정리하려는 찰나 어디선가 아득히 먼곳에서 김크림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화들짝 놀라 문을 열었다. 쏙 들어온 크림의 등털은 부스스하게 서있었다. 빌라의 현관문은 겨울이 되고 닫혀있어서 어디 갈 생각도 못했던 모양이다. 어딜 나가냐고 혼내는 j씨의 앞에서 냉큼 안아 구출했다. 팔에 얼굴을 묻고 얌전하다. 크림은 밖에서 돌아다니다 구조가 되어 우리집에 분양되었다. 덕분에 사람에게 사교성이 좋고, 착하다. 탁묘를 오래 하면서 생긴 습성인지, 원래부터가 그런 아이인지 모르겠지만 처음보는 사람에게도 이쁜 짓을 척척 잘 해 귀여움을 받는다. 원래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크림에게 넘어가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런 크림에게는 식탐이 있다. 자율급식을 못할만큼 배가 터져나가라 먹어대는건 아니지만, 사료 그릇이 바닥에 얇게 깔린 정도로 비는 순간부터 안절부절하지를 못한다. 방문 탁묘를 부탁했던 지난 가을엔, 평소라면 이틀은 더 먹을 그릇을 가득채워 주고 고작 이틀을 집을 비웠는데도 마음이 다급했는지 사료 봉지가 찢겨져 있었다. 크림이 죽을때까지 굶기지는 않겠다가 데려오고 나서의 마음이었다. 그런 주제에 또 가출을 감행하다니 이런 몹쓸 크림. 겨울에 나가면 먹을것도 없어서 너 또 굶어야 해 - 라고 말했으니 대충 알아들었겠지. 안고 부둥부둥 조용히 달랜다. 고양이는 사람의 모든 말을 다 알아들으면서 못알아 듣는체를 하는 경향이 있다. 얘들도 그게 편하다는걸 알거든.
빈 옆자리에 고양이 두마리가 슬몃 자리를 채운다. 그리고 자려는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요즘은 매일 밤마다 서비스 타임. 우리집은 항상 서로 독립적인 객체라, 서로의 생활에 침범하지 않도록 별개로 지내지만 밤이면 밤마다 꼭 서로에게 서비스 타임을 가졌다. 뽀뽀- 하고 부르면 입술에 닿기 직전까지 촉촉한 코를 들이미는 치즈는 10-15분 정도의 시간을 누운 내 배와 가슴쪽에서 지내다 내가 잠이 들기전에 내려갔다. 그리고 크림도 배웠는지 가끔은 두마리가 다같이 올라온다. 자주는 내 배 위에 한마리, j씨 배 위에 한마리. 어젯밤엔 그래도 잘때면 네식구가 한자리에 다 모인다며 웃었더랬다. 김치즈는 서로가 편안할 수 있게 믿고 앉아 몸을 맡기는데에 시간이 걸리고, 김크림은 털썩 주저앉아 자리잡고 골골 거리지만 무겁다. 하지만 오늘밤도 서비스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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