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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쾅 쾅 쾅

_e 2010. 7. 23. 17:24

이리저리 쾅쾅 잘도 부딪힌다. 버스안에서는 머리를, 책상에서는 무릎을 부딪혔다. 긁지도 않았는데 피부병마냥 버얼겋게 부어오른 모기물린 자욱과 더불어 시퍼런 멍이 다리에 자리잡는다. 속이 아팠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등도 곧게 펴지 못하고 병원에 다녀왔는데, 약을 먹어도 새우등처럼 굽은 등이 한동안 펴질줄을 몰랐다. 장마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쨍한 해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한 날에는 두통이 하루종일 함께 한다. 신경 쓸 줄을 모르고 마구 움직여대는 몸이 다치고, 신경을 잔뜩 쏟아 허덕이던 마음이 다쳐도 속만 아플 줄 알지 나머지는 그냥저냥 참을만 했다. 

그래도 스물 일곱이 개중 가장 낫다. 스물 하나보다는 스물 둘이 나았고, 스물 둘보다는 스물 셋이 나았다. 스물 여덟이 스물 일곱보다 낫고 스물 아홉은 더 낫겠지. 영영 치유되지 못할 것 같았던 깊이 패인 상처는 흉은 남아있지만 마음은 점점 평온해지고 내 자신에 충실해졌다. 몸은 여전히 아파도 마음이 아픈것이 줄었다. 남에게 휘둘리는 것 없이 스스로 서게 되었고 남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것 없이 스스로 채우게 되었다. 그렇게 단단해졌다. 

사람은 흙으로 만든 그릇이라 깨어질 수 있는 노릇인데, 참 장하게도 안깨지고 잘 버텼다. 진창에 굴려도 돌밭에 굴려도 더러워지고 흠집은 날지언정 깨끗하게 씻으면 무어라도 담아 쓰면 그만이다. 산산조각 내겠다 내던져도 깨지지 않더라. 그래, 그 단단함이 유일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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