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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 결정 된 제주 행이라 출발하기 삼일 전에 나나 언니에게 밤 약속이 있는지 물었더랬다.
부산에서 엄마와 막내를 기차에 태워 올려보내고 바로 김해 공항으로 이동해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향했다.
언니 출근 길에 같이 길을 나서면서, 언니가 곧 이사라 이제 다시 만날 일 없을 것 같은
파란 대문에게 안녕 하고 인사를 하고는 짧은 제주 여행 시작.
언니 회사가 바로 함덕 근처라 아침 먹고 가라며 내려 준 해장국집에서 든든히 속을 채우고
바다도 보고 출발하려고 잠깐 들렀다. 물이 빠져서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했지만
여전히 파랗고 예쁜 함덕. 오랜만이라고 인사를 하고 물을 들여다보다 걸음을 옮긴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그저 동백. 전 날까지 카멜리아힐과 위미리 동백 군락지 사이에서 고민하다
위미리로 마음을 정하고 버스 노선을 찾아보니 701번을 타고 시내쪽으로 갔다가
730번을 타고 서귀포쪽으로 내려가면 되더라. 버스를 타고 가다보니 풀어놓은 말들이 보인다.
운 좋게도 시간이 잘 맞아 많이 기다리지 않았다. 날씨도 좋아서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인데도
코트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래서 따뜻한 남쪽이라는거겠지.
1월 초였는데도 지기 시작했는지 이미 떨어진 꽃이 많다.
동백은 꽃이 뚝뚝 떨어지는가 했는데 이렇게 꽃잎으로 떨어지는 품종도 있는 모양이다.
아무리 줄여도 3일치 짐이라 커다란 가방을 돈 받는 주인 아주머니께 맡기고
가볍게 카메라만 들고 입장했다. 혼자 차를 렌트해서 삼각대 들고 오는 여자들도 많아서
렌트를 했으면 좋았을뻔 했나-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하니 아직 트럭 말고는 몰고 다닐 자신이 없어...
언젠가는 내가 운전해서 좀 더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되겠지만 이번은 아닌것 같다.
그렇게 넓어보이지는 않는데도 온통 동백이라 눈 돌리는 데 마다 볼거리다.
친구에게 메신저로 사진을 보내니 비밀의 정원 같다더라.
매년 동백 동백 노래를 불렀는데 이렇게 원없이 보는구나 했다.
조금 더 늦게 왔으면 아쉬울 뻔 했다. 다음에는 12월에 오는 것도 좋을 것 같고.
하트모양의 꽃잎들을 모아 누군가 하트를 만들어 놨다.
작은 것들이 겹겹이 모여 큰 것을 만드는 그런게 사랑.
혼자서도 잘 노는 나라서, 삼각대가 없어도 역시나 잘 논다.
이제 실컷 꽃 구경했으니 다른 곳으로 움직여 볼까.
버스타러 나가는 길에는 귤 밭에는 빼꼼하니 귤이.
남는 시간에 바로 시내로 가기는 싫어서 이리저리 검색을 해보니
버스 노선에 있는 붉은 오름 옆에 사려니 숲길 입구가 있더라.
그럼 거기에 가볼까 하고 돌아가는 730번 버스를 탔더니
아침에 타고 왔던 버스의 그 기사님이 "구경 금새했네요-" 하셨다.
사려니 숲길 입구로 들어가려면 '붉은오름 휴양림 입구'말고 '붉은오름' 정류장에서 내려야한다.
달리던 버스가 산길로 들어서고, 내릴 정류장이 되어 혼자 덩그러니 내렸다.
서귀포에서 시내로 올라가는 버스라서 내린 정류장 맞은편에 바로 입구가 보인다.
길을 건너려는데 마침 관광버스가 도착했고, 아이들이 우르르 내려 숲길 안으로 들어간다.
위험할까 걱정했던 j씨에게 혼자 걷느라 위험 할 일은 없겠다고 메시지를 보내놓고는
함께 걷기에는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보여 먼저 가라며 조금 앉아 기다리다 걷기를 시작했다.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겹겹이 쌓여 각기 다른 색의 나무들,
바람이 불때면 보이던 가는 나무의 움직임과
안경에 서리던 입김과 섞이는 흙과 나무의 냄새,
시간을 흘러흘러 보내며
그렇게 나무와 마주하고 앉아있자니
왠일인지 여행의 끝인데도 아쉬움이 없더라.
물도 보고 꽃도 보고 나무도 봤으니 집에 가자 이제.
제주항공의 모바일 체크인 덕분에 앞자리 좌석으로 편하게 잘 다녀왔다.
카운터를 들를 필요도 없어서 위탁 수하물이 없으면 바로 입장이 가능하다.
김해 공항에 평소 공항 다니는 것보다 늦게 도착해 살짝 걱정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바로 들어가 여유롭게 탑승했다.
새해 첫 여행도 이렇게 무사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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