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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가 알린 비소식에 어쩌나 출발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부산에서부터 따라온 비가 바다를 건너 섬까지 함께 했다.
비가 쏟아지는 길에서 겨우겨우 찍어본 렌트카의 네비는
돌고 돌아 우리를 출발지에 데려다 놓았고, 익숙한 그 곳임을 믿을 수 없었다.
한바탕 웃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근처를 돌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드라이브 잘했지- 하고 이야기했다.
여행의 변수는 어떤 마음으로 즐기느냐에 달린 것 같다.
뱅글뱅글 같은 곳을 몇 번이나 지나쳤지만 길을 다 외우게 될 것 같다며 깔깔댔으니 괜찮고,
비바람치는 한국 전망대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금방 빠져나왔지만
한국 전망대로 가는 길에 길을 묻는 우리를 차를 앞세워 데려다 준 일본 군인이 있었으니 우리끼리의 추억으론 충분하다.
묵었던 팬션의 낮과 밤. 젖은 잔디를 사박사박 걷던 밤에는
달이 빼꼼하지만 진하게 나와 다음날에는 비가 오지 않겠거니 했는데,
다행히 오지 않아 바다 구경도 무사히.
저기 보이는 움푹 들어간 해변 가운데가 팬션에서 5-10분 걸어나오면 있었던 미우다 해변.
둘째날은 비는 그쳤지만 날이 흐려 사진이 도무지 예쁘게 나오진 않았지만,
바다에서 놀기는 좋았으니 그것 또한 괜찮다.
속이 다 들여다 보이는 맑은 물, 흐린 날에도 파랗던 바다.
모래 장난하던 꼬꼬마와 물에 담궈 발장난을 하던 우리.
돌아가는 길에는 잠시 떨어지던 빗방울을 피해 수돗가 옆 지붕밑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쉬었다.
한산하고 천천히 지나가던 시간들. 별 다른 것 하지 않고 보내는 여행은 오랫만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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