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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도 없이 간 제주에서 보고 싶었던 것은 일단 하나였다. 오래된 나무들이 가득한 곳. 비자림.
붉은 길을 따라 걷다보면 끝없이 펼쳐질 것 같은 숲길이 나를 기다리는 곳.
커다란 비자나무들을 보며 찬찬히 걷자면
이런 길들이 이어지고,
소원비는 돌이 촘촘히 쌓여있는 길도 돌아
천천히 걸었다. 둘 다 걸음이 빠른 편인데도,
사람이 뒤에 온다 싶으면 먼저 보낸다고 걸음을 멈추고 한바퀴 둘러보고, 다시 걷다 멈추고의 반복이었다.
시간을 걸음에 흘려보내는 것이 낯설지도 않고, 부담되지도 않았다. 조급함도 없이 그저 천천히 걸었다.
돌아오는 길 끝 무렵에는 비가 쏟아지기 시작해 빠른 걸음으로 빠져나왔다.
축축히 젖었지만, 더 젖으면 움직이는게 힘들 것 같아 매점에서 우비도 하나 사입고
990번 버스시간은 이미 지나가버려 택시를 불러 기다리던 저녁시간이 다 된 오후.
아마 시간이 더 넉넉했거나, 우산이 있었거나, 우비가 진작 손에 들려있었으면
안에 도로 들어가 한바퀴 더 돌고 나왔을 것 같다. 비가 내리는 울창한 숲은 흐린 숲보다 더 멋질것 같아서.
참고로 우리의 출발지는 삼양이었는데 네이버 지도에서 찾으면 990번을 타면 한번에 갈 수 있다고 설명해준다.
문제는 990번은 삼양에 없엉(...) 짧은 지식을 끌어모아 생각해보면,
아침 첫 버스랑 마감 버스만 시내를 가기 위해 지나가는 듯.
그러니 마냥 기다리지 말고 701을 타고 평대리나 세화리로 가서 990번을 타야한다.
혹시라도 삼양과 990번 버스, 비자림 등을 검색하여 들어온 누군가가 있다면 꼭 참고 되길.
990번의 배차 간격은 1시간~1시간 반 정도이고 시간표는 쉽게 찾을수 있으니 따로 첨부하지 않는다.
사진은 우리를 내려놓고 유유히 떠나는 990번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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